RCZ는 푸조의 변종 스포츠 쿠페이다. RCZ는 모델명에서부터 기존 라인업과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0’ 혹은 ‘00’이 들어간 숫자로 구성하는 네이밍 방식을 배제하고, RCZ라는 이니셜 형태의 독자적인 모델명을 채택했다. 또한 1.6리터의 엔진을 기반으로 한 200마력의 최고 출력을 확보한 RCZ는 대체불가의 스포츠 쿠페라고 할 수 있다.
RCZ는 2013년에 페이스 리프트를 단행해, 보다 샤프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우선, 전면부에 대폭적인 변화가 단행되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엠블럼을 감싸던 크롬 파츠를 배제했으며, 헤드라이트 디자인을 변경해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했다. 또한 안개등 디자인을 리뉴얼하고, LED 방식으로 교체해 역동적인 스타일을 강조했다.
대폭적인 변경이 이뤄진 전면부에 비해 후면부는 기존의 스타일을 계승했다. 하지만 '더블 버블 루프'를 감싸는 루프 아치를 맷블랙으로 변경해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인테리어 역시 소폭의 변화가 진행되었다. 스티어링의 D컷 부위를 축소하고 엄지 손가락이 닿는 부위에 크롬을 덧대는 등 고급스러운 질감을 추구했다. 센터페시아는 보다 심플하게 구성되었으며, 스티치 마감을 보강한 스포츠 버킷 시트를 적용했다.
이후 2013년 푸조는 RCZ의 고성능 버전에 콘셉트를 발표했다. 공개된 이미지 스케치는 목탄화로 표현되어, 곧 출시 될 고성능 RCZ에 대한 강력한 스타일을 예고했다. 그리고 연이어 발표된 맷블랙 컬러의 RCZ R 프로토타입은 기존의 RCZ를 능가하는 아우라를 뿜어냈다.
2014년에 출시된 RCZ R은 강렬한 레드 컬러로 차체를 감싸고 루프아치, 사이드 미러, 디퓨저를 블랙 컬러로 마무리 해 차체를 더욱 낮게 보이도록 설정했다. 뿐만아니라 실제 차고를 10mm 낮춰, 기존 RCZ에 비해 낮은 형태를 연출했다. 휠은 기존의 18인치에서 19인치로 변경했으며, 스포크의 형태도 새롭게 디자인해 RCZ R만의 역동적인 스타일을 부각시켰다. 재구성된 배기라인을 마무리 하는 듀얼 타입의 머플러 역시 RCZ R 고유의 스타일로 마무리 되었다.
리어의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고정식 스포일러의 채용이다. 기존 RCZ의 경우 자동 또는 수동으로 작동하는 '액티브 스포일러'가 장착되었지만, RCZ R은 고정식 스포일러를 탑재했다. RCZ R만의 특별함은 실내에서도 드러난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레드 컬러를 사용해 대시보드와 버킷 시트를 장식했으며, 차체 곳곳에 'R' 이니셜을 각인해 특별함을 강조했다.
RCZ R의 핵심은 출력 상승이다. 1.6 리터 엔진을 기반으로 200마력을 뽑아냈던 RCZ에 비해 70마력이 상승한 270마력을 확보했다. 결국 RCZ R은 1.6리터 엔진에서 발휘할 수 있는 극한의 영역까지 연소 효율을 극대화 한 것이다.
RCZ R의 1.6 THP 엔진은 배기량과 크기를 최소화 한 상태에서 뽑아낼 수 있는 극한의 출력을 확보했다. 물론, RCZ R의 엔진이 고회전에만 특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1,900rpm의 저회전 영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330Nm의 최대토크는 5,500rpm까지 유연하게 이어진다. 그리고 6,000rpm 부근에서는 1.6리터 엔진이라고는 믿기 힘든 270마력의 최고 출력이 차체를 맹렬히 밀어낸다. RCZ에 비해 17kg을 감량한 1,280kg의 차체 중량은 가속성능의 향상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은 불과 5.9초에 불과하지만, 최고속도는 250km/h로 제한되었다. 강력해진 가속성능에 걸맞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기본이다. 전후 380mm의 디스크에 4피스톤 캘리퍼로 무장한 RCZ R은 130km/h 주행 시 완전 정지까지 61m 이내에 완벽한 제동을 이뤄낸다.
또한 RCZ R은 막강한 출력에도 불구하고, 15.8km/l의 복합연비를 확보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145g/km에 불과하다. 고성능이면서도 이와 같은 친환경적인 구조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푸조가 지향해온 고효율과 친환경 정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RCZ R은 RCZ 레이싱 컵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스포츠카 장르에서 270마력이란 최고 출력은 놀랍지 않은 수치일 수 있다. 하지만 1600cc 엔진으로부터 발휘되는 270마력의 최고출력은 '출력의 질'이 다르다. 1600cc라는 저배기량 엔진을 한계 영역까지 휘두르는 느낌은 말 그대로 '가학의 쾌락'이다.
이율배반,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출력과 연비의 공존이 그렇다. 1600cc의 엔진을 활용해 270마력까지 출력을 끌어 올린 것은 물론, 15.8km/l의 우수한 복합연비를 확보한 것은 그야말로 이율배반일 수 밖에 없다. 이율배반의 결정체, 그것이 바로 푸조의 RCZ R이다.
